넥슨의 자서전 <플레이>를 읽고. 故김정주 창업자를 생각하며.

2022. 6. 28. 07:14나의 생각

김정주 창업자와 넥슨

올해 2월, 김정주 회장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하며 매우 놀랐고, 안타까웠고, 한편으로 궁금했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지만,
김정주 창업자는 세계 10위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에서 한 손에 꼽히는 부자였기 때문에 더 충격적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故김정주 회장을 떠올릴 때,
아마 그의 재산과 진경준 게이트, 성공한 사업가 이미지 정도를 떠올릴 것이다.

거기에 더해 게이머들은 넥슨의 게임과 BM을,
주식 투자자들은 일본에 상장된 넥슨의 장기 우상향 그래프를,
창업자들과 개발자들은 그의 성공 스토리를 떠올릴 것이다.

나 또한 별반 다르지 않고,
검찰 조사 이후부터 의욕을 잃고 넥슨을 매각하려 했던 그의 씁쓸해보이던 모습이 떠오르면서도,
그래도 가진게 많으니 당연히 행복하겠지. 라는 생각을 해왔다.

다들 그의 화려한 겉모습에만 관심이 있었고,
그가 어떤 생각을 해왔는지, 어떤 부분이 힘들었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넥슨 게임들의 오랜 팬이자,
넥슨에 입사를 꿈꾸는 개발자 지망생이자,
친구들과 넥슨의 BM을 돈슨이라 욕했던 학생이자,
제주 넥슨 컴퓨터 박물관을 관람했던 관람객.. 등등

돌이켜보면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넥슨은 나의 존재를 그저 DB 속 1명의 유저로 인식했겠지만,
내 인생에서 넥슨이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크다.

그래서 더더욱 궁금했다.
이런 멋진 기업을 만든 故김정주 회장은 어떤 생각을 했으며,
어떻게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넥슨의 자서전 <플레이, 2015>


이 책은 넥슨의 처음과 성장에 대한 내용을 주요 인물들간의 관계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설명해준다.
또한, 회사 내부에서 발생하는 문제들과 각자의 이해관계를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넥슨의 자서전 속 김정주 회장의 모습은
직원들과 수평적인 관계를 갖고 격이 없는 대화를 나누는, 상상속에서나 가능할 회장님의 모습이었다.

기업가로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수 차례의 성공적인 인수합병들을 통해 회사를 성장시켰으며,
기업이 커짐에 따라 발생하는 조직 내 매너리즘을 막고 마치 처음과 같은 개발 분위기를 만들고자했다.

어느새부터 자체개발보다는 인수합병으로 성장한 넥슨의 성장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해,
내부 프로젝트의 성공을 바라던 그의 염원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2015년 출판한 자서전이기에 검찰 조사 이후의 그의 우울이나 생각은 담겨있지 않았다.

MZ세대의 영원한 친구

넥슨이 서비스 중인 PC게임 목록

MZ세대가 하나로 묶인다는 것은, 무려 24년이라는 세월의 격차가 있는 이들이 묶이는 것이기에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MZ세대가 디지털이라는 키워드로 묶일 수 있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MZ세대는 어릴적부터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을 이용했으며,
특히 이 세대를 정확히 타겟팅한 회사가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이 아닐까 싶다.

내 인생의 첫 게임은 넥슨의 크레이지 아케이드였으며,
초등학교 저학년 때 메이플스토리와 카트라이더에 빠졌고,
초등학교 고학년 때 인생 게임인 던전앤파이터를 시작했고,
중학교 때는 친구들과 PC방에서 피파온라인과 서든어택을 자주했고 ..... 등등 정말 많다.

MZ세대라면 다들 한번쯤은 넥슨 게임을 플레이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비록 LOL, 오버워치 등 외산 게임들의 영향력이 커진 지금이지만,
이들을 제외하면 우리 세대에서 넥슨 게임 없이 게임을 논할 수 없다.

IP(지적 재산권)의 힘은 그 콘텐츠 자체에도 있지만, 그 콘텐츠를 이용하던 과거 추억이 강하게 작용한다.

나 또한 어린 시절 친구들과 같이 넥슨 게임을 하며 보낸 유년 시절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며,
어찌보면 게임 자체가 친구였고 나의 또다른 세계였다.

현재의 엔씨소프트가 중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리니지 IP를 쥐어짜내며 돈을 쓸어 담듯이,
현재의 MZ 세대가 중년이 되는 시점에 넥슨은 IP 재활용만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둘 것이 자명하다.

그런 관점에서 넥슨은 MZ세대의 영원한 친구라 생각한다.

BM과 돈슨


마냥 밝기만 한 것 같은 넥슨의 현재와 미래에도 <돈슨>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아마 김정주 창업자도 <돈슨>이라는 오명으로 대표되는,
자신의 사업인 게임이 사회에 암적인 존재라는 인식이 억울하고 답답했을 것이다.

게임 산업을 향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


학부모들뿐 아니라, 나와 친구들은 우리의 자유를 침해하는 셧다운제를 비난하면서도,
넥슨이 학생들의 코묻은 돈을 가져가는데 혈안이 되어있다며 <돈슨>이라 욕했다.

그것이 그때는 하나의 문화였고, 상식이었고, 지금와서도 그런 인식이 틀렸다고만 할 수도 없긴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에 비해, 게임을 돈을 버는 산업의 측면에서 집중하여,
부분유료화라는 엄청난 BM을 성공시킨 당사국이기도 하니까.

현시점에도 퀄리티의 패키지 게임 시장은 투자를 못받지만, 모바일 게임은 즉각 돈이되고 따라서 투자를 받는다.
그것이 리니지의 짝퉁 모바일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기꺼이 자신의 돈을 갖다 바치니까.

지금은 돈슨이란 오명이 거의 들리지 않는데,
현재 리니지를 비롯한 모바일 MMORPG들의 살인적 과금 유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

이처럼 BM의 측면에서 넥슨은 실제로 돈슨이기도 하지만,
과금없이도 충분히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들을 개발 및 운영 중인 게임사이기도 하다.

넥슨의 노력, 김정주의 노력

이러한 넥슨의 부정적 인식을 해소시키기 위해서였는지,
김정주 창업자와 넥슨은 사회 공헌에 공을 들였다.

넥슨의 사회적 공헌

넥슨은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작은책방, 컴퓨터 박물관 등을 통해 꾸준한 사회 공헌을 했다.

분명 이러한 공헌의 바탕에는,
사회를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고 싶어했던 넥슨과 김정주 회장의 소망이 담겨져 있을 것이다.

디즈니를 꿈꾸던 넥슨

자서전 <플레이>에는 이러한 내용이 나온다.
김정주 창업자는 디즈니를 부러워했는데,
그 이유가 아이들을 쥐어짜지 않고, 아이들과 부모들이 스스로 돈을 싸 들고와서 줄을 서서 기다리며 디즈니의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 부러웠다고 한다.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디즈니에 돈을 지불하는 것.
대한민국의 학부모들이 게임 산업을 미워하고 불량 식품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디즈니랜드의 아이와 부모

마치며

고작 이런 단편적인 정보들을 갖고 故김정주 회장의 생각을 전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의 행보를 보면,
많이 가졌음에도 수평적인 리더쉽을 추구했고,
대기업이 되어버린 기업에 안도하지 않으며 넥슨의 매너리즘을 안타까워했고,
게임 사업에 부정적인 사회의 인식을 바꾸기위해 사회 공헌 등을 통해 노력했다.

이런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경준 게이트로 인한 장기간의 검찰조사와 여론의 압박은 그로서는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끝내 무혐의로 결론났지만 여전히 싸늘한 여론과 남아있는 의혹들.
이 때부터 홀로 얼마나 고된 시간을 감내했을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그의 뒤를 잇는 게임 개발자들과 게임 기업들은
더 양질의, 더 재밌는 콘텐츠로 유저들에게 보답하고 나아가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

故김정주 회장이 꿈꾸던 것처럼, 우리나라에 게임계의 디즈니가 나타나길 바라며,
먼저 나부터 그런 개발자가 되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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